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질서를 찾는 여정
친구가 인스타에 올린 피드를 통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자연과학 서적인 줄 알고 구매를 미뤘는데,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책 표지와 소개글을 보고 나서야 이것이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유수의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는 평가를 보고 호기심이 더 커졌고, 마침내 '피버디상' 수상 과학 전문기자의 경이로운 논픽션이라는 설명과 책을 읽은 후의 독자들의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핵심 요약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전문기자인 룰루 밀러가 사랑의 상실로 혼돈에 빠진 후, 19세기의 어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며 자신의 삶의 질서를 다시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내용입니다.
7살 때 아버지로부터 "인생에는 의미가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저자는 오랫동안 무질서와 허무 속에서 방황합니다. 대학에서 만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안정을 찾았으나, 7년 만에 자신의 불륜으로 관계가 끝나고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때 저자는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알게 됩니다.
조던은 인류에 알려진 물고기의 1/5을 분류하고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표본들이 화재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두 번이나 완전히 파괴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물고기 표본에 이름표를 바늘로 직접 꿰매어 붙이는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조던의 삶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던 중 반전이 일어납니다. 조던이 추구했던 질서는 우생학으로 이어져 강제 불임과 같은 비인간적 정책으로 발전했다는 사실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평생 연구한 '물고기'라는 범주는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범주와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때로는 그것들을 넘어서야 진정한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 우리 삶의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화두가 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인상 깊은 문장과 이유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의지"
이 문장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조던이라는 인물의 모순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질서를 찾고자 했던 그가, 결국은 인간의 의지가 세상을 만든다는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 신념이 때로는 모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감명깊에 느낀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 삶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모습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세워놓은 범주와 경계를 넘어설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후
이 책은 여러 층위의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라는 과학적, 철학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지식과 범주가 사실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허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더 나아가 "분류와 질서는 필연적으로 위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조던은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결국 우생학이라는 극단적인 인종 차별과 불평등의 이데올로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인간의 지식 추구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혼돈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의 혼란과 조던의 이야기를 나란히 배치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 때로는 우리가 기존에 믿어온 모든 것을 의심하고 버리는 과정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사람: 자신이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면, 이 책은 그 여정에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 관심 있는 사람: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을 통해 철학적, 사회적 함의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 삶의 혼돈 속에서 방향을 찾는 사람: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 논픽션 중에서도 이야기가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이 책은 과학적 사실과 역사적 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절묘하게 얽혀있어, 소설처럼 몰입감 있게 읽히는 논픽션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고, 때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범주와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 삶의 깊은 진실에 다가가는 열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 리뷰는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출판사나 저자와 무관합니다. 리뷰에 인용된 내용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원저작물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