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노력하면 유시민처럼 쓸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물론 제가 그 말을 듣고 떠오른 생각은 '한 백만 년 정도 쓰다 보면 유시민 만큼 글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다소 냉소적인 것이었지만요.정치인 유시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자 유시민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와 『나의 한국현대사』까지, 그의 책들은 대부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니까요.
저는 사실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대학 시절 국회 참관 수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그는 유일하게 대학생들에게 살갑게 인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던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냥 좋은 이미지의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남았지요.그가 유명해지게 만들었다는 '항소이유서'도 부끄럽지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은 후에야 찾아봤습니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옥중에서 쓴 원고지 100장 분량의 글로, 이 글을 계기로 그는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철칙: 읽고 또 쓰라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논리적인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논리적인 글쓰기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습득하는 기능이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시민은 글쓰기의 철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처럼 글쓰기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쓰고 또 쓰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책을 많이 읽었던 저는 인풋만 하는 스스로에게 아쉬워했고, 아웃풋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솔직히 너무 놀랐습니다. 글이 너무 잘 읽혔고,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었으며, 굳이 생각을 하지 않고도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는 '글쓰기 특강'이라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말하는 바로 그 원칙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텍스트 발췌와 요약으로 시작하기
저자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발췌'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요약'으로 글쓰기 훈련을 시작할 것을 당부합니다.
특히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말하는 독해는 단순히 문자를 읽는 행위가 아닙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고, 더 나아가 특정한 맥락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전략적 독서법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습득하는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별해서 읽는 '전략적 독서'가 필요합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우주, 자연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
-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
-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
특히 필사를 통한 학습을 권하면서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등을 추천합니다. 그 외에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정의란 무엇인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의 기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유시민에 따르면 좋은 글의 기준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글이란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며,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 됩니다.
이를 위해 좋은 글은 다음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 사실과 정보 사이의 관계가 분명해야 한다
-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못난 글 알아보기와 군더더기 없애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못난 글을 알아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소리 내어 읽기 어렵거나, 귀로 듣기에 좋지 않거나,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못난 글입니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합니다:
- 일본말, 서양말, 한자를 뒤죽박죽 섞어 놓은 문장을 지양하고 우리말로 바꿔 쓰기
- 복문은 특별한 경우에만 활용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단문으로 쓰기
- 접속사와 관형사와 부사 같은 군더더기 없애기
특히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글이 더욱 명확해지고 읽기 쉬워진다고 말합니다.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입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 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솔직히 유시민이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 책이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글쓰기에 대해서만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쓰는 법뿐만 아니라 독해법, 좋은 책을 고르는 법까지 실용적인 내용이 풍부했습니다.
글쓰기에 도전하며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주제에 집중하며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라는 저자의 충고는 쉽게 말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서 과장되거나 빈껍데기 같은 글만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을 비우고 좀 더 진심을 담아서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글을 쓴 후에는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듣기에 좋지 않다면 그것은 잘못 쓴 글이라는 간단한 테스트를 명심해야겠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쉬운 글쓰기 책이라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장 유시민처럼 글을 쓰게 되지는 않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