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성공,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삶은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나날들이었죠. 그러던 중 서점에서 마티아스 뇔케의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분명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이 책은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했습니다.
겸손의 역설적 힘
책의 첫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만났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폭풍 같아도 고요히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모두 자기를 내세우느라 떠들썩한 세상에서 묵묵하게 겸손함을 선택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고, 가장 강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결국 모두를 이깁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 내가 추구했던 가치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성공을 쫒고,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소모하며 살아온 나의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뇔케는 이 책에서 역설적인 진리를 보여줍니다. 더 크게 외치고, 더 많이 드러내고, 더 화려하게 성과를 뽐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겸손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더 강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진짜 성공한 사람은 성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책의 1장에서 저자는 자기 자랑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합니다. 우리는 종종 SNS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성공을 떠벌리고 과시하는 사람들을 목격합니다. 이들은 성과를 내세우며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얼마나 뛰어난지 끊임없이 알리려 합니다.
그러나 뇔케는 이런 과시가 실은 깊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사람, 사회적 지위로 자신을 장식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절실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합니다. 그와 같은 연출이 없다면 존재감을 발휘할 수 없다는 불안, 자신의 재능을 들이대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그들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진정으로 능력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를 과도하게 드러낼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시대의 흐름과 겸손의 가치
책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적 분위기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합니다. 90년대는 '긍정적 사고의 시대'였습니다. '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안 된다는 말은 없다', '불가능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라'와 같은 구호가 유행했죠.
그러나 이러한 무한 긍정주의는 결국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현실은 생각만큼 바뀌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차지하고 있든 우주의 질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그리 끔찍한 일도 아니다."
현대 사회는 '셀프 마케팅'과 '자기 브랜딩'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상품처럼 포장하고 광고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질문합니다. "브랜드 하나만으로 상품의 본질을 판단하지 않는 스마트한 구매자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잊고 있는 걸까요?
히든 챔피언들의 삶
책에서 가장 영감을 받은 부분은 '히든 챔피언'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연구한 히든 챔피언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떠들썩하게 성과를 보이거나 멋지게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아니라 작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그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잡은 조용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매우 영리하게 경영할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고 또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히든 챔피언의 원리가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사람들이 더 깊은 성취와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황에게서 배우는 겸손의 리더십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입니다. 2013년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는 첫 등장에서부터 겸손의,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취임식에서 그는 "저에게 축복의 기도를 해주실 때 제가 교황으로서 일할 수 있습니다"라며 신도들에게 먼저 축복을 구했습니다. 그는 바티칸 궁전 대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장식 없는 흰색 성직자 제복을 선택했으며, 보석 대신 쇠로 만든 십자가를 걸었습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단순히 겸손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위기에 처한 가톨릭 교회를 실질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로마 교황청은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죽지 않으며 면역이 되어 있다거나 대체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례는 겸손이 단순히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과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목표 설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 중 하나는 목표 설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많은 성공 전문가들은 "목표를 높게 세울수록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한동안 목표를 높게 잡아야 그 만큼 노력을 한다는 말들이 있었으니깐요. 그러나 뇔케는 이것이 명백한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기의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여성들 중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했던 여성들보다 오히려 의심이 많았던 여성들이 실제로 더 많은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왜냐하면 후자는 방해 요소와 실패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규칙을 더 잘 지켰기 때문입니다.
이는 겸손한 유형의 사람들이 실천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겸손한 사람들은 거의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목표를 선택한다. 그러고 나서 그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웬만하면 그 목표에 대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게 준 깨달음
이 책은 제게 많은 위로와 통찰을 주었습니다. 성공과 인정을 쫒느라 소진되고 있던 제게, 잠시 멈춰 서서 진정한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구절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겸손이야말로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배려 깊은 태도"
이 말은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신감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자신감이란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는" 삶의 중요성도 배웠습니다. 외부의 인정과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나의 작은 실천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 SNS 사용 줄이기: 타인의 성취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감을 낮추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 내 성취를 과도하게 알리지 않기: 작은 성취에도 즉시 SNS에 올리거나 주변에 알리던 습관을 버리고, 내면의 만족감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기: 제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더 열린 마음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 완벽주의 내려놓기: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고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겸손의 가치
자기 계발서와 성공학 서적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 책은 매우 신선한 관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높은 목표, 더 큰 성공, 더 많은 인정을 추구하라는 메시지 대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 메세지들이 저에겐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특히 SNS와 자기 브랜딩이 필수처럼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이 말하는 겸손의 가치는 더욱 귀중합니다. 모두가 소리치고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조용함과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 책은 그런 겸손함이 오히려 더 큰 자유와 행복,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당신의 삶은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알며, 타인과의 비교 경쟁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리뷰는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